간절히 기도하고도 결과가 걱정되는 날, 1사무 1,17의 한나 이야기를 통해 청원을 주님께 맡기고 오늘의 삶으로 돌아가는 묵상입니다.
이 글은 1사무 1,17 말씀을 중심으로 정리한 기도한 뒤에도 불안할 때 드리는 천주교 묵상입니다.
이 묵상은 원하는 결과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약속하거나 치료와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. 불안이 오래 지속되어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, 상담기관,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도움을 함께 구하십시오.
이런 분께 도움이 됩니다
- 간절히 기도했지만 결과가 걱정되어 같은 청원을 계속 되풀이하는 분
- 기도가 부족해서 응답받지 못할까 두려운 분
- 기다리는 동안 먹고 자는 일조차 어려워진 분
오늘의 성경 말씀
“안심하고 돌아가시오.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당신이 드린 청을 들어주실 것이오.”
— 1사무 1,17
기도한 뒤에도 불안할 때 한나의 마음 바라보기
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일이 있으면 기도를 마친 뒤에도 마음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. “내가 더 오래 기도해야 하나”, “믿음이 부족해서 안 되는 것은 아닐까” 하는 생각이 이어지고,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결과를 머릿속에서 수없이 확인하게 됩니다.
한나도 마음이 쓰라려 흐느껴 울며 오래 기도했습니다. 그는 괴롭고 분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주님 앞에 털어놓았습니다. 엘리의 말을 들은 뒤 한나가 한 일은 결과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, 그 길로 가서 음식을 먹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.
오늘 말씀은 모든 청원이 내가 바라는 방식과 시간에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공식이 아닙니다. 엘리가 한나에게 건넨 축복이며, 한나는 그 축복을 붙들고 아직 알 수 없는 결과를 하느님께 맡겼습니다. 기도한 뒤의 평화는 결과를 확신해서 생기는 감정만이 아니라, 결과를 통제하려는 손을 잠시 펴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살아 내는 태도일 수 있습니다.
응답을 재촉하지 않고 청원을 맡기는 묵상
기도는 불안을 즉시 없애는 주문이 아닙니다. 기도를 마쳤는데도 가슴이 뛰고 걱정이 다시 올라올 수 있습니다. 그때 불안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믿음을 평가하지 마십시오. 불안은 중요한 결과를 기다리는 몸과 마음의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습니다.
기도 안에서는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청해도 괜찮습니다. 동시에 “제가 바라는 결과만이 아니라 이 시간을 견딜 지혜와 필요한 도움도 주소서”라고 청할 수 있습니다. 청원과 결과를 구분하면, 우리는 하느님께 솔직히 바라면서도 결과 전체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습니다.
한나가 음식을 먹은 장면도 중요합니다. 그는 응답이 눈앞에 나타난 뒤에야 식탁으로 돌아간 것이 아닙니다. 아직 기다림이 남아 있을 때 몸을 돌보았습니다. 오늘의 식사, 수면, 약 복용, 진료 예약, 해야 할 연락을 챙기는 일은 기도를 포기하는 행동이 아니라 기다림 속에서 생명을 돌보는 행동입니다.
기도가 강박처럼 반복되어 일상을 멈추게 하거나, 기도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두려움이 커진다면 혼자 신앙의 문제로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. 본당 사목자와 이야기하고 상담자나 의료 전문가의 도움도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.
기도한 뒤에도 불안할 때 믿음을 증명하려 애쓰기보다, 지금 필요한 돌봄과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.
오늘의 작은 실천
오늘은 기도의 길이보다 맡김 이후의 한 걸음에 집중해 봅니다.
- 종이에 가장 간절한 청원 한 가지를 한 문장으로 적습니다.
- 그 아래에 “결과는 주님께 맡기고, 오늘 제가 할 일은 __입니다”라고 적습니다.
- 식사하기, 물 마시기, 필요한 연락하기 가운데 한 가지를 바로 실행합니다.
불안이 다시 올라오면 같은 청원을 처음부터 반복하기보다 “주님, 이 청원을 이미 아뢰었습니다. 지금의 저와 함께해 주소서”라고 짧게 기도해 보십시오.
묵상을 더 깊게 읽는 방법
1사무 1,17만 떼어 읽으면 엘리의 말이 원하는 결과를 보장하는 선언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. 그러나 한나가 그 말을 들은 순간에도 결과는 아직 보이지 않았습니다. 18절에서 그가 음식을 먹고 얼굴이 전과 같지 않게 된 장면까지 함께 읽어 보십시오. 오늘 내게 필요한 응답이 결과의 조기 확인인지, 기다리는 동안 삶을 다시 돌볼 힘인지 천천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.
마침기도
주님,
간절히 기도한 뒤에도 결과가 걱정되어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.
제 청원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시고,
원하는 결과를 신앙으로 보장하려 하지 않게 하소서.
알 수 없는 내일은 당신께 맡기고,
오늘 제 몸과 삶을 돌볼 한 걸음을 내딛게 하소서.
기다림이 길어질 때 혼자 버티지 않고 필요한 도움을 청하게 하시며,
응답을 재촉하는 마음 한가운데에도 함께해 주소서.
아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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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움이 필요할 때
마음의 어려움이 오래 이어지거나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, 기도와 함께 실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중요합니다.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서 우울과 불안에 대한 검증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. 자해하거나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는 24시간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에 즉시 연락하고, 당장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면 112 또는 119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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